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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서쪽 벽돌 담벼락 가까이 정해준 자리에 나는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북적하고 어수선한 시장에서 팔려 어두운 상자에 며칠을 갇혀 있다가 열려 나와 보니 어느 시골 마을의 조용한 곳이었다 언덕길 위에 자리한 회색집과 현무암 판석바닥 시원하게 뚫린 동북쪽 멀리 바위산이 있었다 늦은 오후 뜨거울 때도 남쪽 화단은 키 큰 나무들로 짙은 그늘이 져 시원했다 마당을 지나 북쪽 담에 기대면 들판을 지나 작은 산 언덕길 사이로 옆동네 마을로 향하는 오솔길이 굽어져 보였다 그녀는 나를 골똘히 쳐다보며 고심을 하더니 그 자리에 앉혔고 며칠 동안 갈증난 나에게 물을 듬뿍 주었다 감나무 앞 동백나무 옆 자리였다 오래도록 길게 자리해 넓게 차지한 동백은 추운 겨울에도 거뜬했으며 푸르렀고 윤기가 돌았고 튼튼했다 햇살이 하얗게 쏟아지.. 더보기
오늘은 오늘은 일이 있어 연차를 뺐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분다 잠시 카페에 들러 조용히 커피마시며 바람이 휘몰아치는 거리를 바라본다 사람들은 추워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수그리고 낙엽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저녁시간에 친구와 모닥불에 군고구마 만들어 먹겠다는 추억계획은 큰 바람에 무산됐다 뜨거운 커피로 바람에 견딜수 있는 몸마음으로 다시 거리로 나간다 잠시 머물다 간다 더보기
어느새 바람이 휘몰아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더웠던 여름 그리 열심히 정원을 가꾸었다 퇴근후 해가 저물기까지 2시간가량 머리속에 있던 생각을 흙에 심었다 땀흘리며 지나간 시간을 낙엽에 흘려보내고 미소로 스쳐지나간다 꽃처럼 아름다운 녀석 어쩜 이리 아름다운 색일까 아름답다는 단어말고 다른 단어를 선택하고프다 천인국 그 더운 여름을 지나 늦가을까지 곁에서 잔잔한 머뭄을 준다 시든꽃과 새로이 펼쳐지는 꽃이 공존하는 천인국 내년에는 좀더 가까이 화분에서 봐볼가 추천하는 천인국 길어서 지지대가 필요함 모과나무 잎은 거의 떨어지고 새소리가득한 가을 더보기
오래전의 외로움 어머니는 외로워하셨다 아버지가 이 세계를 떠난 뒤로 어머니의 아이들이 짝을 찾아 떠난 뒤로 내 아이들이 곁을 떠난 뒤 어머니의 외로움이 보인다 어머니가 떠난 뒤에 옆의 친구들이 떠나고 나면 무척이나 외로울거라고 어느 아버지가 그 아들에게 말했다 그 해 여름에는 시간을 앗아가는 언니의 아픈 외로움도 있었다 아직 떠나기 전에 보인 외로움은 외로움이 아니어야 한다고 오래전의 외로움이 들려줬다 어머니의 외로움을 담을 수 없어 울었다 창백한 어머니 이곳은 진달래를 지나 큰으아리가 지나가요 그곳의 아스포델*은 어떤 가요 *아스포델 꽃(Asphodel; 저 세상의 아스포델 초원에 피는 불사의 꽃으로 수선화의 일종) 더보기
문예창작반 우리는 수요일마다 만났다 우리는 함께 둘러 앉아 지난 날의 애증과 환상의 패턴을 노동의 고단함과 부족한 돈을 오싹한 지하창문과 떠나가버린 사람들을 흩날리는 자연과 함께 묶어두는 방법을 쏟아냈다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실망한 만큼 수요일의 맥박은 뛰었고 쏟아내는 한 우리의 손에는 망원경과 양날의 칼과 주사기가 놓여졌다 우리의 매주 수요일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서로의 근육을 빌려주고 하루를 수행하는 동안 집중의 가치를 들려주며 터무니없는 헌옷을 분리수거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지갑에 쌓여있는 그 무엇은 더 나은 것을 줄 넓은 마음을 안고 우리의 정수리를 통해 혈관으로 간다 그대여 혈관꼭지를 틀어요 더보기
가을이 오고 있어요 가을이 오고 있어요 가을이 오는 소리를 뜨거운 여름 햇살이 잠시 쉬는 곳에서 나는 보아요 두 계절의 경계에 설레임이 벌써 와 있고 새로이 해야 할 정원 일과 함께 빨간 가올 햇살과 배부른 바람이 오고 있어요 나의 기쁨은 여름에서 가을로 옮겨가고 있어요 노래의 신호탄을 시작으로 뜨거운 사랑을 했던 여름이여 뜨겁게 뜨겁게 커진 여름이여 그대의 열매를 가을에게 주어요 내 접시에는 쌀과 과일과 곶감이 가득 차고 기쁨으로 쏟아지는 가을을 차곡차곡 쌓아요 되돌이표를 가동하기 위한 겨울이 오면 말려서 더욱 달아진 가을을 먹으며 쏟아내며 빨갛게 사라져갔던 가을을 노래할거에요 더보기
나의 어린 친구 꿈을 찾아 온 길에 어린 친구를 만났다 나의 어린 친구 손을 내민 호기로 내 빗장을 걷어내고 내게만 보이는 가슴으로 조용히 옆에 앉는다 그것은, 놓쳐버린 과거의 실수에 화답하는 일 천천히, 말을 아껴 너의 리듬을 해치지 않기를 쌓아 갈 세월의 언어를 발명하라 어딘가에 있는 다른 도전이 어떤 힘에 의해 왔는가 어린 친구는 어리지만 어리지 않고 나는 손을 내밀어 우리를 기다리는 발굴될 이야기를 기다린다 더보기
연필 지우개 연필말고도 편하고 경제적인 도구들이 많지만 나는 글을 쓸 때 연필이 주는 감촉이 좋다 두꺼워 노트에 쓰여지는 글씨가 확연히 보이고 연필심이 주는 감도가 느껴지는 4B연필을 주로 사용한다 하얀 노트에 검은색의 흑연이 글형상을 줄줄 채워져갈 때 글의 길고 짪음과 무관하게 쓱 완결되는 느낌을 준다 종이에 쓸 때 글이 하나하나 노트에 놓여지는 결과 외에도 곁가지처럼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여지의 경로가 남아 계속 따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연필심이 다해 다시 칼로 깎아 심을 다듬는 행위는 거미가 많이 남아있는 듯 거미줄을 천천히 쑥쑥 뽑아내는 것과 같다 글이 만들어지는 경로를 확연히 알 수 없지만 아직 심이 남아있음을 아는 것처럼 쓸 수 있다는 여지가 느껴져 잔잔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책상 앞에는 곱게 깎은 연필이 심.. 더보기
초조한 마음을 자르고 초조함으로 모대기지 말자 앞서가는 초조한 마음을 자르고 책의 무대로 올라가는 거다 어쨌든 난 읽고 싶으니, 책의 흐름를 타는 거야 저자의 눈은 잠시 내 눈이 되어주고 언어는 통로가 되어 부활하여 길을 되찾는다 이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때 도서관 책장의 준비된 달콤한 사탕, 책의 문턱을 덮고 나의 에움길을 밟으러 떠날 시간이다 시간을 느리게 붙잡고 갱신을 필요로 하는 부여받은 단초로 내 세상을 자세히 보게 해주렴 그리고 냄비에 고통을 깔고 이야기를 섞어 요리하는거다 고통이 누락되지 않는 이야기 더보기
따라쟁이 동백나무 아래 붉은색을 품은 동백 씨앗 깨뜨려져 단단한 줄기의 애기마을이 되고 이웃한 이끼 낀 돌 돌 길을 깔 때부터 바라던 거다 범부채 넓적한 잎과 골풀의 원형 잎 요즈음 나는 이런 대조를 쫓는다 잎들 끝에는 새로운 세상의 시간들이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는 대로 따라하고 싶게 하는 무수히 휘날리는 하나된 손짓을 닮았다 순환은 산출의 기회이다 망토를 벗고 탄력성을 자랑하는 뭉텅이로 넓혀나가는 지렛점 더보기
냉장고 이십이년을 함께 지내온 냉장고 그 녀석의 심장을 고칠 수가 없다고 한다 밤낮없이 건강하게 자리를 내어 품어 준 녀석 오랫동안 시원하게 안아주는 동안 너의 심장은 푹 푹 조금씩 사그라들었구나 캄캄한 한밤중에 탁탁 타다닥, 잠시 쉬려 멈추는 소리에 깜짝 놀라 면박을 주워도 너는 개의치 않고 팍팍 돌려 다시 신나게 일했지 쑥, 빠져버린 너의 빈자리 숨어있던 먼지가 수북하다 가슴속 수북한 세월은 아직 그대로인데 더보기
그대에게 너랑은 사귈 수 없겠다 그대는 말했다. 나는 음, 그럴지도 몰라 너랑은 사귈 수도 있겠다 그대는 말했다. 나는 그럴지도 몰라 관계를 덜 갖게 된 내 마음 너의 여린 마음 난 왜를 말하고, 넌 어떻게를 말하고. 서로 건드려지는 언저리 걷고 있는 길과 다른 길이 가능한 차집합 다름에서 하나로 변형을 가능케 하는 걸 밝히는 교집합 함께 묶여 혼종을 만들어내는 합집합 너, 나 샤르르 녹아질까 너무 가까이는 오지마 내 가시에 찔릴테니 더보기
새로운 창문 오래 살아온 넘치도록 부유한 나무 이야기가 담긴 시간이 아래로 지나가고 잠들지 않고 꿈을 꾸는 내다 볼 창문이자 신을 닮은 구멍 보이지 않고 은밀하고 떨어지며 땅에서 올라온 불꽃처럼 변해가는 흔연히 열려진 로사이(loci) 다른 시간과 장소로 이끄는 그 기분을 아는가 그대는 어떤 나무 그늘에 앉고 싶어할까 그 잎이 예쁘다고 보았을까 좋아하는 소녀와 그 나무 그늘에 앉아있고 싶어했을까 더보기
봄을 꿈꾸나요 깊은 시간 후에 무언가가 오는거다 굳게 믿은 마음의 모양을 따라 지난 계절 뿌려놓은 종종 걸음들 뒤 어느 날 봄의 어느 날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 퐁퐁 올라오는 꽃잎 몽오리 겨울을 떨구어 내는 봄바람 연두빛 새싹이 짙푸른 나뭇잎과 춤을 춘다 햇빛도 장단을 맞춘다 안개처럼 뿌연 하얗 손을 내밀어 연두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이었던가 누가 기적이 없으면 믿음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는가 기적이 흩날리고 있다 바라보는 것이 곧 생명인 세상은 아니지만 흩날리는 기적을 보는 순간 순간이 지복이다 그런 기적을 바라보는 나 자신 또한 기적이다 봄을 꿈꾸나요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모셔오는 것이다 더보기
chapter 1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듯하다 22년 한달이 지나고 2월이다 챕터1 액션페이킹에서 머물지않고 움직였다 한발 옮겼다 암벽등반을 하지않은지 오래됐지만 중력을 거슬러 발에 힘을 주고 상체를 들어올리면 잡을 홀더가 보여 한단계 올라설수 있는 것처럼 움직임은 다음 단계의 방향과 필요를 보여준다 혼자 조용히 가만히 앉아 기대하지 않은 시간을 갖기를 그로 인해 좌절하고 괴롭지 않기를 말들은 관계와 전달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불확실성의 불안을 투사하고 있다 무의식의 검열 다른 사람의 지도없이 지성을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과 용기의 부족에 있다면 무능력상태는 스스로 부과한 것이다 -칸트 초조함은 죄이다 -프란츠 카프카 거리있는 대로 고요가 적막이 위안이 된다 더보기
노란 벽돌길 그곳에 바람은 없었다 노을이 있었고 달달한 뜨거운 커피가 있었다 세찬 겨울바람은 시원하게 정화되어 업뎃되어지는 감응을 준다 아쉬었다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이야기는 꺼내져 들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노란 벽돌길.. 새로운 여정의 길로 표시되는 노란 벽돌길 톡. 톡. 톡. 뒷굽을 세번 맞부딪히면 빨간 구두가 너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 빨간 구두(오리지널 은색이지만)는 없다 노란 벽돌길을 따라 돌아가는 이야기는 어디로 나아가게 될까 -양귀비 가루가 뿌려져 있는 항상 몽롱하게 취해있는 듯 금을 상징하는 노란벽돌길 의도된 것과는 별개이지만 또 생각을 하게 하는 구두의 형태를 취하지 않은 구두는 아마도 나중에 발견할지도 .. ;; 더보기
가는 방향으로 가는 다음에 하려는 이야기는 몰랐던 이야기다 나무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 땅의 비밀스러운 침묵 은밀하고 이해하기 어렵지만 소리없이 조용히 공존해왔다 보이는 각각의 길드는 또 다른 곳에서 온 세계이고 잠깐의 통로이자 침묵의 발현이다 풍경을 응시하는 시간 안에는 그들의 세계가 녹아 들어와있고 흘러간다 변할 것 같지 않은 시선은 바뀌었고 가는 방향으로 따라 간다 청소하듯 맨땅을 드러내어 잡초라 불리는 풀을 제거시켰던 기준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고 질소를 공급하는 토끼풀 지피식물과 섞어심고 하층부에서 칼슘과 마그네슘을 상층부로 끌어올리기로 유명한 다년치커리 겨자를 비료대용으로 같이 섞어 심었다 어떤 방법으로 적용시킬지 오래걸릴 듯 부합되지 않은 완성 이미지를 털어내는 중 주체를 바꾸어 가려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이미지교.. 더보기
너와 함께 걷는 길 눈이 쌓였다 바람이 불어 쌓인 눈이 날려 흩어진다 잠잠해지다가 세찬 겨울바람이 다시 분다 마음에 세찬 바람이 길을 만들어 뻥 뚫렸다 따라서 몸도 어제의 걱정도 내일의 불안도 바람이 길을 만든다 누구의 말따라 오늘 나를 키우건 세찬 겨울 바람이다 눈이 온 후 차가운 겨울길을 너와 걷는다 겨울의 한자락이다 더보기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첫째 밤 문학의 승리 다만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능 듣지 않는 것도 재능 고압적인 협박에는 굴하지 않는다는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 듣도록 자신이 하는 말도 듣지 말라는 일종의 거절이라는 것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정보를 모으고 정보통이 되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자아를 지향하며 모든 것의 환상아래 살포되어 있는 정보를 악착스럽게 긁어 모으는 것 정보를 모은다는 것은 명령을 모으는 일입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구절에 담긴 오래오래 허공에 토해질것 같은 고통스러운 탄식을 막다른 골목에서 일어나는 타락과 존엄의 상실을 당당히 감득하고 이 둘 사이를 빠져나가 저편으로 갈 수 있었던 소수의 사람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조망하려고 하면 반드시 손끝에서 달아나는 것이 있.. 더보기
들어가는 길 나는 무엇을 잊었나 결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 서필훈 글에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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