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원의 속도가 계절의 시간대로 느려졌다
하늘에는 청회색에 무른 복숭아빛같은 석양빛이 섞여지고 있다 회전하는 포인트가 길어지고 살랑거리는 나뭇잎과 작은 나뭇가지 붉고 노란 단풍잎이 들어온다 바람은 잔잔해지고 어스름한 저녁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과나무를 타고 오른 넝쿨이, 치렁스레 느려진 시간에 걸려있다
사과나무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지 않았다 나무굵기는 도톰하게 굵어지는데 잎은 드뭄드뭄 달려 빈약했다 담벼락 가장자리여서 그런가 생각했지만 다른 묘수는 이렇다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은 퇴비와 비료를 주는 수 밖에 왜 무성해지지 않는지 모른채 5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2.
그 집은 2분거리의 큰 마트가 있어 좋았다 굳이 냉장고 가득 먹거리를 들여놓지않아도 때때로 잔뜩 진열되어 있어 골라 바구니에 담겨 좋았다 깜깜한 밤 귀뚜라미 소리 가득한 시골집과 달리 늦은 밤시간에도 차소리와 밤 불빛 술 취한 사람들의 혀꼬부러진 소리가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활기차 나쁘지 않았다 때론 바로 옆처럼 우렁차게 울려퍼져 거스르다가도 정겨웠다 올겨울은 적막한 시골겨울밤 대신 부산한 도시 겨울밤을 맘껏 느껴보리라 화사하게 꾸며진 뽀미방에 강쥐둘을 재우고 눈발 휘날리는 도시의 겨울을 배부르게 돌아다니리라
책한권들고 동네 멋진 작은 카페들을 찾아 머무르리라 앙상한 나뭇가지의 시골스런 정경이 그리우면 훌쩍 도시를 떠나 차가운 겨울바람을 실컷 맞고 올 겨울은 도시에서 살리라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된장국을 끓이고 차가운 겨울바람을 닫은 그 곳의 방은 술잔을 기울이며 취해가겠지
초겨울 난 둥글고 따뜻한 그릇들로 그 선반을 채우리란 하얀희망으로 겨울이 기다려진다
3.
오래 전에 썼던 글들이 단어와 문장들이 시간을 타고 넘어와 내가 앉아 있는 주위에 읽는 속도보다 느리게 번져간다 쓴 글들은 읽는 숨결이 씌워져 채색되어 조금씩 흩어져 간다
양날의 칼처럼 보이든 보이지않든 좋든 싫든 나쁘든 척도의 재단을 던지고 침묵으로 폭력을 가리고 무색으로 순화시키다 인적없는 곳으로 무상 무념의 눈빛으로 그저 그렇게 창문을 왼쪽으로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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