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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봄을 꿈꾸나요 깊은 시간 후에 무언가가 오는거다 굳게 믿은 마음의 모양을 따라 지난 계절 뿌려놓은 종종 걸음들 뒤 어느 날 봄의 어느 날 운명처럼 우리는 만났다 퐁퐁 올라오는 꽃잎 몽오리 겨울을 떨구어 내는 봄바람 연두빛 새싹이 짙푸른 나뭇잎과 춤을 춘다 햇빛도 장단을 맞춘다 안개처럼 뿌연 하얗 손을 내밀어 연두빛이 이렇게 아름다운 색이었던가 누가 기적이 없으면 믿음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는가 기적이 흩날리고 있다 바라보는 것이 곧 생명인 세상은 아니지만 흩날리는 기적을 보는 순간 순간이 지복이다 그런 기적을 바라보는 나 자신 또한 기적이다 봄을 꿈꾸나요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모셔오는 것이다 더보기
마당의 풍경 어느날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그녀는 마당을 거닐다가 담을 건너 한참 먼 잔디를 깎고 나무를 전지하는 이웃의 마당을 보고 있다 이제 등을 타고 땀이 소리없이 주륵 흘러내리는 더운 8월의 초무렵이다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는 연한 노란빛 햇살은 크게 굵게 자라 굳게 서 있는 진하게 노랗고 촘촘히 짙노란 해바라기와 여리하게 커다란 연분홍 꽃잎인 접시꽃을 비추고 있다 힘에 부쳐 손을 놓고 있는 덩쿨도 같이 비추고 있는 그녀의 정원을 뒤로 하고 부지런히 깐깐한 정돈되어 있는 이웃의 간결한 정원을 때때로 보고 있다 해가 져가면서 하늘에는 어둠이 스멀스멀 몰려온다 때때로 말을 못하시는 뒷집 할머니의 담 너머 밭에서 욕인듯, 씩씩거리는 알 수 없는 고된 노동의 소리를 듣곤한다 오랫동안 직장에 들어가지 못한 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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