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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뉴욕의 몽마르트르, 충돌하는 세계2

02 뉴욕의 몽마르트르

피카소 시대의 파리 몽마르트르와 마찬가지로 1960년대 남부 맨해튼 4번가와 이스트 10번 거리는 빈민가와 다름없었다 이 마법같은 지역에 새롭게 등장하는 예술스타일에서 철학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주제에 대한 토론이 펼쳐지는 새로운 보헤미아 아방가르드의 중심지가 되었다 모든 일의 기폭제가 된 사람은 뉴저지주에 있는 벨전화연구소의 전기기술자 빌리 클뤼버였다

(아방가르드-기성의 예술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고 혁신적 예술을 주장한 예술 운동 20세기 초에 유럽에서 일어난 다다이즘, 입체파, 미래파, 초현실주의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 전위예술)


클뤼버는 예술가들과 손잡고 기술과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여 두 영역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과학자와 공학자는 예술에 대해 형편없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고 인문주의자 (예술가 포함)는 과학에 대해 그보다 더 아는 것이 없었다 클뤼버의 유토피아적 비전은 기술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었다 공학자치고는 정말 독특한 사람이었다

클뤼버가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게 된것은 네오다다이스트이며 무정부주의자인 스위스의 예술가 장 팅겔리를 만났을 때였다 두사람은 교외의 쓰레기장을 뒤지고 다녔다
팅겔리는 소비때문에 미쳐가는 세계에 대한 환멸을 표현하고자 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위대한 도시에 경의를 표현한다는 의미의 뉴욕예찬의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 무너져내리게 설계되어 있었고 실제로 파괴되는 모습도 장관이었다

(네오다다이스트-반예술적 활동을 새로운 창조활동으로 추구하는 예술가들)

 

뉴욕예찬


클뤼버는 앤디 워홀과 손을 잡고 금속을 입힌 플라스틱 필름에 헬륨과 산소를 가득 채운 은색구름을 완성하여 갤러리에 띄웠다

은색구름


1966년 동굴 같은 렉싱턴가의 뉴욕 주방위군 본부 건물에서 열린 <아홉 개의 밤: 연극과 공학> 행사는 예술가, 공학자, 과학자들이 함께 마련한 첫번째 행사였다 선글라스와 가죽재킷을 착용하고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인 앤디 워홀, 현대예술운동을 촉발시킨 마르셀 뒤샹, 이 행사가 성사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로버트 라우션버그, <4분 33초>를 작곡한 존 케이지 그리고 기폭제된 사람 빌리 클뤄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 시도되는 새로운 작업이었다 <아홉 개의 밤>은 운영 면에서 지독한 악평을 받기도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예술적인 실패를 의미하지 않았다 전시회는 즉흥적인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었으며 의도적인 무질서를 야기했다 마침내 과학이라는 도구로 무장한 예술가들이 출연한 것이다

공연포스터 (1966)


<4분 33초> 존 케이지
https://youtu.be/jqZVs76FwnM


클뤼버는 예술가의 작품은 과학자의 업적과 같다 의미있는 결과를 낼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는 탐구과정이다 예술가가 공학자를 활용하면 기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미래에 더 나은 삶을 영위해나가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념예술과 미니멀리즘예술의 창시자 중 하나였던 솔 르윗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개념예술에서는 아이디어나 개념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예술가가 예술의 개념적인 형태를 사용하는 경우 모든 계획과 결정은 사전에 내려져 있으므로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그저 형식적인 작업에 불과하다 아이디어가 예술작품을 만드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예술이 비물질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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