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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서, 충돌하는 세계1

책 한권을 읽고 다른 책을 펼치는 순간 덮은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펼친 책의 첫 부분에 따라와 남는다 글스타일 흐름의 물결이 묻어져 가셔지려면 일정시간이 필요하고 첫부분은 구간반복이다

예술은 보이는것을 재생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보이게한다
파울 클레


이 책은 서로 협력하여 놀랄만큼 아름다운 회화작품과 오브제를 만들어냈으며 그 과정에서 미학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하는 예술 과학 그리고 기술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을 찾는 예술과 과학의 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이다

01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서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역학은 오랫동안 서양의 예술과 과학적 사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알프레히트 뒤러 갈은 르네상스 거장들은 과학을 연구할 때와 똑같은 탐구심과 창작의 열정으로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이들에게 예술과 과학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19세기말 세계를 뒤흔들어버릴 세 가지 발견이 일어났으니 바로 엑스선 방사능 전자였다 처음으로 과학자들이 오감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현상 즉 보이지 않는 것들의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일례로 뉴턴은 백색광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색이론을 제시했다 인간이 색을 인식하는 방법이나 다른 원색조합을 바탕으로 다른 색이론이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빠지지 않았다 괴테도 자신의 색이론을 본인 인생의 최고의 업적이라고 생각했다 언급한 일들이 20세기에 일어난 혁명적인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고 이 혁명을 이끈 이들이 바로 천재 아인슈타인과 피카소였다

*공간과 시간을 새롭게 그리다
1905년 25살이었던 피카소는 다른사람의 집앞에 놓인 우유와 빵을 훔쳐야 했을 정도로 극도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렸지만 예술계의 칭송을 받는 화가가 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피카소가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과학적 발견은 눈에 보이는 것이 반드시 실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주는 엑스선이었다 그는 영화 사진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를 기술적 바탕으로 삼아 이미지 그리고 현실을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었다

피카소는 특히 수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중에서도 3차원에 공간이라는 차원을 추가한 4차원의 기하학에 깊은 흥미를 보였다 예술가가 4차원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면 마치 신처럼 한 장면에 대한 모든 시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점들을 어떻게 이차원 캔버스위에 투영할 것인가

거리상으로그리 멀지 않지만 문화적으로는 몇광년이나 떨어진 도시에 살고 있는 이미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두살 위의 아인슈타인이 있었다 1905년 당시에는 무명의 과학자였다 열두살때 이미 고급수학 물리학을 혼자 깨우쳤고 열다섯살 때부터 미학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여 물리학에 불필요한 이론과 개념들을 모두 제거하는 작업을 통해 1905년 26살에 상대성이론을 발견했다
특정한 물리적 현상에 대한 절대적인 관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시간도 길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현실을 초월하다
피카소와 아인슈타인이 열어놓은 돌파구를 계기로 예술과 과학분야는 더욱 활기를 띠었다 역설적이게도 두사람은 극한까지 밀어붙이기를 꺼렸지만 다른 예술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현실에서 벗어나 텅빈 공간의 세계로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칸딘스키는 우리가 보고 만지는 모든 것이 사실은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대표되는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모든것에는 확실한 형태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 1910년 형태를 완전히 배제한 즉흥을 발표했다

Improvisation(즉흥) 10 1910  Oil on canvas  47.2 × 55.1" (120.0 × 140.0 cm)  Basel. Beyeler Foundation


*원자의 세계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원자세계의 구조를 주변의 사물과 같은 방식으로 다루려고 했다 추상적 개념을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빛은 나눌수 없는 덩어리 묶음으로 방출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이것을 광양자라고 불렀다 최초로 빛의 파동과 입자사이의 엄격한 구분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말도 안되는 주장이며 빛이 입자라면 두개의 광원이 서로 간섭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원자안에서 전자가 운동하는 방식 자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닐스 보어는 26살 박사학위를 받은 1911년에 양전하를 띤 핵이 태양처럼 중심에 위치하고 음전하를 띤 전자들은 행성처럼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년후 수학을 동원하여 원자가 방출하는 빛의 종류를 이해하는데 뒷받침하는 이론을 내놓았다 이 빛은 소위 원자의 지문 역할을 하게 된다

*낯선 세계
활기와 자신감에 넘치는 예술과 문화가 발전하는 1920년대 과학자들은 여전히 실제로 목격할 수 있는 현상에서 추출할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유지하려는 구상과 추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고 파동과 입자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927년 보어는 해답을 구하기위해 덴마크 철학과 동양사상을 두루 섭렵하면서 전자가 파동인 동시에 입자라는 대칭론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가지 성질을 동시에 볼 수 없다는 상보성 의미다 보어의 아이디어는 여러가지 시점을 보여줌으로써 인식이면의 세계 즉 인식을 넘어선 세계를 엿볼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큐비즘의 표현방식과 닮아 있었다

(큐비즘-연속적인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사물 주위를 움직이는 것처럼 장면을 묘사하는 것)


젊은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각각 다른 시간을 가리키며 녹아 흘러내리는 시계들을 여기저기에 배치한 1931년 작품 기억의 지속을 통해 이를 표현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시간 공간이라는 충격적이고 엄청난 질문을 부드럽고 화려하고 외로운 편집광적이고 비평적인 시간과 공간의 카망베르 치즈라고 묘사했는데 이는 상대성과 정신분석(그리고 음식)을 혼합한 전형적인 달리식 표현이다

(편집광적이고 비평적이라는 말은 물리적 세계를 확대하면서 여러시점을 포착한다는 초현실주의적 목표를 의미했다)
(초현실주의-현실보다도 더 현실같은것 실제보다 더 심오하고 진짜 같은 유사품 그것이 초현실이다-피카소 이 단어를 만들어낸 사람은 아폴리네르였다)

기억의 지속 1931년작 24*33cm 뉴욕 현대미술관소장


*예술의 대칭 물리학의 대칭
예술가들은 대칭을 아름다움으로 정의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과학자들은 변하지 않고 유지될때 아름답다고 간주했다 예술에서의 대칭은 여러 다른요소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어 눈에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의미하며 오래전부터 비대칭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피카소의 세명의 음악가는 대칭의 모든 규칙을 파괴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끄는 작품이 되었다

세명의 음악가 1921년작 유채물감 223*201cm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초현실주의자들이 양자물리학을 발견하다
1930년대에 물리학과 화학을 공부했던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술라르가 양자이론에 대한 도발적인 에세이 새로운 과학정신에서 물리학자는 구체적 지식과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얻은 이성적인 습관이 사고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므로 발견의 자유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러한 이성적인 습관을 억눌러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사물을 변경할 수 있는 예술가의 자유를 놀라운 방식으로 활용한 사람은 미국의 예술가 만 레이였다 물결치듯 유동적인 형태로 구성된 그의 사진은 인식의 세계에서 차용한 이미지를 자유롭게 다루는 초연실주의적 스타일을 화려하게 보여주었는데 수학방정식을 표현한 입체조형물을 담아낸 수학적 개체라는 사진작품들이 그 대표적 작품으로 막스 에른스트와 헨리 무어(화가)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수학적 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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