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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캉탕-이승우

정박할 때까지는 바다에서 내리지 않는다 P26

 

이미지는 노래에 비해 얼마나 열등한가
이미지는 공간에 고착되지만 노래는 공간을 넘나든다 P33

 

배는 모든 환대를 피해 도망쳐야한다 P38

 

고래는 신이 되려는 욕망을 가진 자를 유인하는 신화적 동물인 셈이다 P39

 

도망칠 수 없는 환대를 만나면 숙명인줄 알아야 한다 숙명은 환대해야 한다 P40

 

되도록 멀리. 그래야 있었던 곳을 제대로볼 수 있으니까. 되도록 낮설게. 그래야 낮익은 것들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까. 되도록 깊이. 그래야 다른 나와 만날 수 있으니까 P47

 

설득은 설득하는 사람의 권위보다 설득당하는 사람의 형편과 의지에 더 의존한다. 말하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효과적인 말로 듣기 때문에, 그 경우에만 설득이 일어난다 P48

 

실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용을 끼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착각과 이용은 워낙 은밀하고 눈에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서로 눈치채지 못한다. 착각하는 자는 착각인 줄 모르고 이용하는 자는 이용하는 줄 모른다. 서로는 서로의 무지를 필요로 한다 P51

 

파놉티콘. 누군가가 감시를 하지 않아도 항상 감시를 받는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공리주의로 유명한 제러미 벤담이 처음 생각해낸 원형 감옥현대에 와선 의미가 확장되어 개인 정보가 속수무책으로 노출되는 거대한 정보사회의 감시체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파놉티콘은 중앙의 원형 감시탑에서 각 수용실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감시 권력이 자신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수용자가 항상 감시당하고 있는 상태다. 즉, 감시자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지만 끊임없이 감시되는 상태를 그 핵심개념으로 한다. P66

 

평범한 사람의 숨겨진 굴곡에 대해, 조용한 사람의 내면에 흐르는 격류에 대해 생각한다.
굴곡과 격류를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사는 사람의 찌그러진 내면에 대해 P79

 

일기는 자기를 향해 쓴 기도이고 기도는 신을 향해 쓴 일기이다 P84

 

자기를 구하려면 자기를 들춰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등불을 켜서 뒷박 아래나 침대 밑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등불은 등경 위에 둔다 P96

 

그 사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을 나눠주러 다니는 사람이라기 보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무거운 것에 눌려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P98

 

과거는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현재를 물어뜯는 맹수와 같습니다 P107

 

경계심을 앞지르는 어떤 예감의 추동을 받고 P137

 

햇빛은 추궁하는 것 같다고, 굳이 보지 않아도 되는 걸 보게 한다고, 보이지 않을 때는 괜찮은데 일단 보게 되면 괜찮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때로는 햇빛에 의해서만 드러나는 먼지 같은 것이 정말로 있는 것인지, 혹시 햇빛이 만들어낸 마술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는 요지의 말을 그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옷가지들을 줍느라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중얼중얼 늘어놓았다 P138

 

스스로 안전하다고 말한 방식의 글쓰기 P142

 

몇 줄 쓰고 읽어보면 사실이 아닌 같아 지웠다. 어떤 문장은 지나치게 사실인 것 같아 화급히 지우기도 했다. 사실이 아닌 것 같았던 문장이 어떤 날은 사실인 것 같은 문장으로 둔갑해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사실이 아닌 것 같은 문장도 두렵고 사실인 것 같은 문장도 두려웠다. 사실이 아닌 것 같은 문장을 쓸 때는 속에서 쓴물이 올라오는 것 같아 힘들었고 사실인 것 같은 문장을 쓸 때는 몸이 말려 들어가는 것 같아 힘들었다. 같은 문장이 쓴물을 올라오게 하기도 하고 몸을 말려들게도 했다. 사실과 사실 아닌 것은 서로몸을 바꾸고 서로의 몸속으로 파고들고 마구 뒤 섞여서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떤 문장을 써도 완전하지 않았다. 어떤 문장도 정직한 문장이 아니었다. 그는 아무것도 쓸 수없었다 P164

 

그 대신 어떤 안전한 글쓰기도 온전히 안전할 수는 없다는 것
모든 자기 고백적인 글쓰기는 완전히 자기 고백적일 수 없으며, 따라서 그런 글쓰기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리는 것으로 만족했다. P170

 

차라리 그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견디는 편이 낫다고 생각할 만큼 타인의 영혼 깊은 곳에 숨겨진, 벌거숭이의 진실과 마주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P176

 

자기를 변호 또는 보호해야 하고 타인의 반응을 예상, 또는 대비해야 하는 사람의 말은 직선일 수 없고 짧을 수 없다. 직선의, 짧은, 거침없는 문장은 권력자의 것이거나 바보의 것이다. 권력자나 바보는 고백을 모른다. 고백은 비밀을 가진 자의 문장인데 권력자와 바보에게는 비밀이 없기 때문이다. P178

 

죽은 자는 산 자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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