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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디어 라이프

여성 시인이라는 말이 설탕으로 만든 거미집처럼 요긴하게 쓰이는 지점이 거기다 P13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유리병 속에 편지를 넣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 바라죠
편지가 일본에 가 닿기를 P22

 

그녀가 크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은 이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고, 그 기간 동안 사람들은 이런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저런 식 이라는 것도 예전에 없었던 다른 의미를 띠게 되었다.
흐름을 따라가는 것. 자신을 내맡기는 것.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내맡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머리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세워진 벽이 무너져야 했다. 진실함에는 그것이 요구되었다. 그레타의 시 같은 것, 솔직하게 흘러나오지 않은 것은 의심을, 심지어 멸시를 받아야 했다. 물론 그녀는 그래도 항상 하던 대로 홍분하고 따지면서, 관습에 맞서는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냉혹한 시선을 보냈다. P29

 

어중간한 진실은 그들을 죽일 수 있으니까요 P31

 

사람들은 그곳을 통과할 때 늘 걸음을 서둘렸다. 덜렁대는 소리와 흔들림은, 결국 세상 모든 것이 그리 필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사람들은 무심한 듯, 하지만 다급하게 덜컹대는 소리와 흔들림을 통과한다. P35

 

하지만 아이에게 쏟는 관심은 단속적이었고, 다정함은 종종 전략적이었다. 그레타는 다른 집안일도 해야 했으니까.
꼭 집안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다른 생각들이 아이를 밀어냈다. 그 토론토 남자에 대한 무익하고 소모적이고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지내기 전에도 그녀에게는 다른 할 일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녀는 머릿속에서 시를 구상했던 것 같았다. 지금 퍼뜩 그것이 — 케이티에 대한, 피터에 대한 인생에 대한-또다른 배반행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P39

 

소설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인간의 마음을 섬세하게 읽고 짚어내는 소산물이 소설이다.
내 삶이 어딘지 불온해, 내 몸에서 언제나 라일락 향기만 나길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신은 이 책을 잘 선택한 경우이다.
사랑은 때론 불온하지만 정직하지.(일본에 가닿기를) 불온하지만 정직한 그 감정의 기로에서 갈등해보지 않은 사람은 사랑의 참맛을 제대로 모르는 거지. 사랑은 달콤하거나 쓴 맛이 나는 그 무엇이 아니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불온하기 짝이 없는 그 무엇이지.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절망이 내게 오더라도 한 번쯤은 피하지 않고 마구 부딪쳐야만 하는 그 무엇일 수밖에 없지.
그 눈썹때문에 흥미와 대결의 심리가 뒤섞인 그 표정때문에 전쟁과 평화외에 다른제목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P51

 

성적을 매기는 일은 생각지도 마라. 필요하면 훗날 따라잡아도 되고 성적 없이도 잘살 수 있다. 실제로 세상으로 나가는 데 필요한 것은 아주 간단한 기술이나 사실 따위다
이른바 우등생들은 어떡하나고 역겨운 단어다. 그들이 별 쓸모 없이 학문적으로 똑똑한 거라면 쉽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남아메리카의 강들은 잊어라. 마그나카르타도 잊어라.
그림, 음악, 소설이 더 좋다.
게임은 괜찮지만 과도한 홍분이나 지나친 경쟁은 조심하라.
긴장과 따분함 사이의 적정선을 유지하라. 따분함은 입원 기간의 저주. P55

 

책들은 그가 앎을 갈망하는 사람임을 흩어져있는 엄청난 양의 지식을 소유하기를 갈망하는 사람임을 암시했다 어쩌면 그는 확고하고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P67

 

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내가 그것을 때려눕히는 법을 익혔다 P183

 

새들이 모두 날아가버린 것을 깨닫는 그런 아침은 항상 존재한다 P226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무언가를 취소하는 행위이다 몸을 각성시키고 무릎을 준비시키고 다른 공기의 세계로 뛰어든다. 당신이 기대한 것은 공허다. 그런 오히려 당신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 곧바로 새로운 환경이 당신을 덮쳐 당신이 기차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볼 때는 결코 올랐던 방식으로 당신의 주의를 끈다. 당신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어디로 가려고 당신에 몰랐던 존재들이 당신을 지켜보는 느낌, 방해자가 된 듯한느낌
주위의 존재들이 당신은 볼 수 없는 곳에서 당신에 대해 자기들끼리 결론을 내린다 P232

 

군인과 처녀
그들은 갑자기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동안 내내 로그와 허형 변화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않던 관계에서
그가 여자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 것 한 가지는 늙었건 젊었건 옷을 차려입는 것이었다. 장갑, 모자, 사락거리는 스커트, 어떤 사람들이 요구하고 신경쓰는 모든 것
일린의 딸이라면 당연히 제멋대로일 테고, 어떤 좌절도 자신을 오래 괴롭힐 수는 없다는 듯 세상과 진실을 자신에게 맞춰 변화시킬것이다.
기지
기지(Wit)는 골계의 일종으로 전혀 다른 관념을 서로 연결시켜 그로 인한 모순과 해결의 동시적 · 순간적인 전환으로 우스꽝스런 효과를 내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고도의 지적 조작으로, 경박하고 유희적인 것과는 다르다. P273

 

그녀는 작은 지역에 가면 재미 삼아 자신이 그곳에서 살 수 있겠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있다
이 지역에 더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흔적 또한 물론 남아 있다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시계가 진열창을 주인처럼 차지하고 있는데, 내걸린 간판에는 보석 액세서리라고 되어 있지만 P285



기억은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시계처럼 무의식의 저편으로 밀어넣고 멈추고 희미해져간다
입을 수 없는 옷을 주인처럼 차지하고 내걸린 광고에는 환상 현실이 반짝거리지만
그 사이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


 

사실 나는 주의를 온통 기울여야 하는 일을 할 때에만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가 말한다. "그냥 앉아 있으려면 모든 것에서 시선을 들고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금방 더 할 일이 없는지 찾고 있을 테니까
그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걸 즐기는 사람이 아님을 그녀는 바로 알았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궁금하다. P292

 

당신이 승마를 하느라 바쁘다고 하면 사람들도 당신이 바쁜 줄을 알겠지만, 시를 쓰느라 바쁘다고 하면 게을러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려면 스스로가 약간 이방인처럼 느껴지거나 창피한 생각이 들 것이다. P308

 

"당신도 알겠지만." 그가 계속했다. "그건 사람 때문이 아니야. 어떤 기운 때문이지. 주문에 걸리는 거야. 물론 정말은 사람 때문이겠지만, 어떤 기운이 사람을 둘러싸고 그 사람이 되어 나타나는 거지. 혹은 사람이 그 어떤 기운에 육체를 내주거나. 그건 나도 모르겠군. 이해할 수 있겠어? 그저 일식이나 월식처럼 갑자기 덮치는 거야" P327

 

어머니의 존재는 어머니가 아기들과 함께 있는 공간만큼의 크기로 줄어들었다. 어머니가 곁에 없는 시간이 많아지자. 나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진실이 아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만큼 똑똑했다 P337

 

그 사람들- 타운 출신들-은 발놀림이 더 좋았지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발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당신의 어디를 잡고 싶어하는지를 조심해야 했다
그녀가 거기 온 것은 춤을 추기 위해서이고 그러기 위해 그녀만의 방식으로 돈을 냈다는 점을 그들에게 알려주었다. 더욱이 그녀는 그들의 어디를 공격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러면 그들도 정신을 차렸다. 어떤 사람들은 춤을 잘 추었고, 그녀는 춤을 즐겼다. 마지막 곡이 연주되면 그녀는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이 일부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불잡힐 마음은 없었다.
불잡힌다. 그녀가 그 말을 했을 때 내 눈앞에 커다란 철망이 내려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철망을 둘러난 작은 악의 피조물들이 당신을 겹겹이 에워싸고 당신이 절대 빠져나갈 수 없게 당신의 숨통을 조인다.
세이디가 내게 무서워하지 말라고 한 것을 보면 분명 내 얼굴에 그런 것이 드러났을 것이다.
'이 세상에 무서워할 건 없어. 자기만 조심하면 돼. P340

 

암인지 양성종양인지, 당장에 알고 싶어했을 것이다. 우리가 그 말을 왜 꺼내지 못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섹스라는 단어가 구름에 가려져 있듯 그 단어도 구름에 가려져 있었다는 것뿐이다. 심지어 더 나빴다. 섹스는 혐오감을 주면서도 희열-어머니들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우리는 희열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이 느껴지는 단어였다. 하지만 암이라는 단어는 뻥 걷어차버린 뒤에도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어두운 생명체 같았다. P357

 

내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그건 질투, 사악함, 분노 때문이 아니라 내 바로 옆에 누워 있는 광기 때문일 것이다. 잔인한 광기도 아닌 그저 짖궂게 골려주고 싶은 어떤 마음, 내 안에서 오랫동안 잠복해 있다가 더디고 짓궃게 슬그머니 들고 일어나는 것 같은 부추김
그 생각이 내게 말할 것이다. 뭐 어때, 가장 나쁜 짓을 하는 게 뭐가 어때서
가장 나쁜 것. 여기, 가장 약숙한 장소 우리가 지금껏 누워 자던 방.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그 공간에서, 나는 그 누구도,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는것 말고는 달려 이유도 없었다. P362

 

그리고 어떤 대화가 오가든 그 상황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뭐든 특별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라는 걸 아버지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 반대였다. 어머니에게는 모든 말이 분명하고 단호하고 주의를 끄는 것이어야 했다.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P380

 

어머니가 교사처럼 말하고 다니자 친척들은 그녀를 볼편하게 여겼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살았으니 어머니는 어디에서든 자신을 반길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아버지는 타운 사람들이든 누구든 그들이 자신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 그렇게 생각하리라 믿었다. 아버지는 그들에게 그것을 과시할 기회를 절대 주지 않으려 했다. P399

 

키워드
새들이 모두 날아가버린 것을 깨닫는 그런 아침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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