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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예술 존재에 휘말리다

의무처럼 뉴런들을 압박하며 읽었던것 같다 그러나 시적 상상력을 논리적 사고로 대신하는 것은 사각형 쪼가리를 모아 원을 채우는 난감한 퍼즐게임 같은것 이었던 듯하다 불가능한 독서를 반복하고 있었던 듯하다
시란 여전히 내게서 멀리 있었으나 그 미진의 감각은 사라지지않고 꽤나 오래 남아 있었던 것 같다 그 감각은 응답할순 없다해도 읽고 이해할 순 있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미소한 강박같은 것이 되어 감겨 있었던것 같다 P20

 

어떤 이라는 부정형의 관형어만으로 표시될수 있는 희소하거나 결코 보편성의 지위를 부여할 수 없는 것들의 존재를 우리는 그런식으로 감지하고 찾아낼 수밖에 없다 개별성이라는 말안에 넣어 고정할 수도 없을 어느 무상한 시간에 속하는 것이지만 잊을 수 없도록 특이한 것이기에 그 길지 않은 명별의 순간만으로도 충분히 포착할 수 있는 것일터이다 P26

 

예술은 미적인 방식으로 삶을 다루고 정치를 다룬다
모든 감각의 오랜 거대하고 이치에 맞는 착란을 통해 투시자가 되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살펴보고 여태 들어보지 못한 것을 듣는 자 이를 통해 시인은 미지의 것에 도달한다 P38

 

예술가들의 상상력이나 섬세한 감각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현존하는 것에 익숙한 낡은 감각이나 그 바깥을 생각하기 힘든 평범한 사유에 균열을 내기 때문이다 낡은 감각과 평범한 사유는 현실이란 이름을 매순간 우리의 감각과 관념을 잡아먹는다 예술에 자신을 걸었던 진지한 예술가들이 종종 현실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P41

 

진지한 예술가라면 누구나 자신이 사는 세상과 그 세상속에서의 삶속에서 질문하고 감각하며 사유한다 가령 랭보가 일찍이 던졌던 질문이 바로 다른 삶들은 있는가였다 그는 공중의 속성이란 점에서 부를 거론하고 선의의 과시적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자연에도 그것을 캐는 과학의 열쇠에도 그것을 과학에 넘겨준 신의 사랑에도 작별인사를 한다 그렇게 그는 세상밖으로 간다 어떤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자신의 감촉마저 사라져진 곳 아무도 없지만 누군가 있는 곳 자신의 재능으로 어떤 것이 새로이 탄생할 곳이다 그곳으로 그는 사람들을 불러든인다 P42

 

투시법 이후 눈에 직접 보이는 것만 그려야 한다는 재현의 강박속에서 이는 불가능한 것이 된다 재현 불가능한 그 어떤 것을 그려야 하지만 그려선 안 된다는 역설속에서 그들은 그려야 했다 P51

 

작품을 예술로 만드는 것은 작품에 재현된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을 둘러싼 이 대기이고 그 대기속에 녹아든 감응이며 그 감응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이다 P54

 

예술은 사물을 직조한다 질료들을 모아 예술가의 손으로 손에 들린 코바늘로
그러나 타인의 기준에 맞추기보다는 필경 그와 다른 자신의 기준에 맞추어 세간의 기준을 와해시키는 낯선 기준으로 양말을 뜬다 우리는 그 양말을 매듭에서 그가 애써 만들어 낸것 그가 재현의 능력으로 묘사해낸것을 본다 그것이 양말 그 자체라고 그러나 페소아나 릴케는 말할것이다 양말을 뜰때 중요한 것은 그 사물들 사이의 빈 공간이라고 그 빈공간에 채워넣는 대기이고 그 대기속에 풀어넣는 감응이며 그 감응의 대기로 빚어지는 분위기라고 P64

 

초험적 경험에서 진리라는게 있다면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이 아니다 카프카가 말한대로 누구도 충분히 알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다 블랑쇼가 말한 의미에서 불가능한 것이다 오르페우스의 눈이 닿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에무리디케처럼 진리란 손에 넣는 순간 소멸해버리는 것이다 P72

 

현명한 자는 비행선을 타지 않고 자신이 사는 거리를 우주로 바꾸어버린다 낯선 감응의 분위기를 풀어놓음으로써 대기 안에 우주의 바람을 풀어놓는다 P74

 

떠나지 않을 테다 내 악덕으로 덮힌 이 땅의 길을 다시 가자 철들 무렵부터 내 옆구리에 고통의 뿌리를 박은 하늘까지 닿아 나를 때리고 나를 엎어뜨리고 나를 끌고 가는 그 악덕을 짊어지고 P82

 

우리들의 어둠속에서 아름다움을 위한 장소는 없다 모든 장소가 아름다움을 위한 곳이다
르네 샤르 P85

 

시는 소통에서 빠져나가는 말이다 세계성이 요구하는 소통과 일반성에서 빠져나가는 언어이기에 시는 존재자를 규정된 대상으로 다룰 때조차 규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을 취하며 그렇기에 대상에 대해 말할 때조차 존재자의 존재로 접근해간다 P127

 

그들은 존재를 외면하고 대상으로서 산다 P139

 

있음이란 그렇게 잃고 읽고 잊고 하면서 있는 것이다 P160

 

내가 살아 있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최승자 P172

 

나에 대해 제대로 무언가 쓰고자 한다면 그건 알려진 나가 아니라 바로 이 알려지지 않은 나에 대한 것이다 P173

 

아무것도 모르는것 보다 무언가 잘 아는 것이 누군가를 좀 더 알지 못하는데 유리하다 아무것도 모른다면 만난 사람을 알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잘 아는데 있으면 그게 전부라고 믿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잘 알려진 스타들만큼 실상 알려지지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고 보면 정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은 자서전의 주인공 밖에 없다 P174

 

이렇게 볼 줄 안다면 모든 자서전 모든 책은 미지의 인물어 대한 전기 알려지지 않은 나의 자서전이 된다 누군가의 존재를 본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P177

 

나는 타인들이 내게 가진 관념의 노예가 아니라 내 외관의 노예다 P181

 

존재론적 해방이란 자아로부터 세계로부터의 존재론적 해방이란 이러한 이별을 반복해가는 삶이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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