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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일본적 마음

서양에서 말라르메(Mallam)는 짧은 시의 중요성을 강조한 시인이다. 시의 생명이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의 관계에서 사람의 마음을 암시하고 독자에게 그 해독을 요청하는 점에 있다는 관점이다. P70

 

시의 본질은 사물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그 사물에서 몽상이 생기고 그 상에서 이미지가 솟아나는 것.
그것이 곧 노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시에 서툰 사람들-인용자)는 물체를 통채로 취급하고 그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거기서 수수께끼도 신비성도 사라지게 된다 스스로 뭔가를 창조한다는 마음, 그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그들은 우리 모두에게서 빼앗는다. 물체를 지명해서 부르면 시의 재미의 4분의 3이 사라져버린다.
시의 재미는 조금씩 헤아리는 점에 있다. 년지시 비치는 그것이 곧 꿈이라는 것이다 P74

 

인생이란 여행은 눈물도 수행도 아닌 그저 놀이일 뿐이다. 절망의 순간을 놀이의 기회로, 홍분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늘 '평상심으로 놀면서 살아가자는 말이다. 놀면서 말이다.
'일범일어 라는 말처럼, 모든 시련을 거꾸로 외국어와 노는 기회로 살자, 라고 내 영혼의 수첩에 새기며
다짐하곤 한다. 요즘 내 위장벽에는 갓 아문 생살이 우주의 맑은 즙을 퍼올리고 있다. P83

 

시뮬라크르(simulacre)란 영어로 '시물레이션', 즉 허상, 헛것이다. 예를 들어 장례식이라고 하면 1970년대만
해도 병풍 뒤에 관을 두고 시체 냄새를 맡았었다. 그것은 허구가 아닌 진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신은
냉동실에 가 있고, 초상화라는 시뮬라크르 앞에서 사람들이 운다. 초상화는 헛것일 뿐인데,
이미지 앞에서 우는 것이다. 이게 시뮬라크르다. 우리 세계에는 허상이 많다.
대체로 가공은 거짓이다. 그런데 가공에서 진실을 말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가가 하루키다.
거짓말을 잘 만든다. 뛰어난 거짓말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키가 만들어 낸 판타지라는 의미에서
'하루키 시뮬라크르' 라는 제목을 붙여보았다. P100

 

포스트 모더니즘의 핵심은 생각을 없애주는 거다
어두운 곳에 앉는 것, 강요받지 않는 게 좋은 사람들은 타나토스가 강한 사람들이다. 인간은 그쪽으로 가고
싶어한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영원한 평안을 그리는 것, 그때 환상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된다. P103

 

군데군데 등장하는 경구성 문장, 가령 사고란 수염같은 것이다. 성장하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같은 문장을 읽을 때 책을 읽으며 순례하는 느낌의 만족감을 준다. P105

 

누구나 모든 사람이 자기 단독자로 살지 못하고 모르모트로 산다. 그래서 이 사람이 바라는 건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전체주의에 들어가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단독자가 되느냐 하는 것이다 P111

 

단순한 마술이 아닌 충격적인 그로테스크로 깨운다.
틀에 박힌 훈사에 거부감을 갖는 독자의 고정관념을 작가는 충격적인 기담으로 깨부순다. 이 방법은 오키나와의 무속과 환상적인 풍물을 담을 수 있는 탁발한 창안이 아닐 수 없다. 이로써 메도루마의 소설을 읽는 과정은
고정관념을 산산히 내파시키는 과정이며, 그 기억의 조각을 다시 맞추는 과정이다 P124

 

모든 박물관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박물관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박물관 이야기 라는 한다면
박물관을 텍스트로 읽을 수 있고, 비평할 수 있겠다
따라서 모든 박물관은 문학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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