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나무 가지에 살랑거리는 바람 옷깃이 걸쳐져 있다 들어온 햇빛은 그늘을 만들고 돌에 내려앉아 산란한다 깃털처럼 오랫동안 높이 매달려있던 구름은 부드러운 산능선 위로 구름모자를 준다 나뭇잎 햇살옷을 건드리는 작은 바람은 소리옷을 벗고 멀리 날아간다
자두나무 옆에는 작년 가을에 심은 인동초 지지대를 메꾸며 한층 올라서고 있다 상록이라 겨울에도 떨구지 않은 잎을 볼수 있으니 얼마나 싱그러운 존재인가 그 춥고 매서운 하얀 겨울에 푸른 잎을 간직하다니 알 수 없는 생존에 경외의 눈빛을 발사하며 짧고 연악한 인간의 생존에 무심한 무언을 담고 조용히 잎을 만진다 향기도 진하다는데... 처음 보는 기다란 인동초 꽃에 코를 댄다 그냥 노랗고 그냥 하얗고 그냥 빨갛고 그냥 분홍색의 긴 방사형의 꽃들 곁에 말없이 서 있는다
푸르게 움직이는 정원 안에 앉아있는 고요한 순간. 경계를 너머 연하게 스며드는 푸름에 기대어 고요한 순간이 연이어 펼쳐진다 째각거리는 시간은 사라져 버렸고 그저 고요하게 조용히 그 안에 머문다 보이지 않는 땅의 미생물 활발히 움직이는 잎의 미토콘드리아, 지렁이와 어딘가에 있는 땅두더지 또한 푸름의 일원 알거나 알지 못하거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크고 작은 주체들로 인해 흔치 않은 흩날리는수혜를 받으며 다시는 오지 않을 이 고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일어나 손에 호미와 전정가위가 들고 잊어버릴가 적어 놓은 할일을 따라 여기저기 움직인다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햇빛이 노랗게 화단을 비추고 있고 그 빛을 받은 그곳은 아련하게 감흥을 불러들인다 얼마나 많은 발짓과 손짓이 스쳐간 곳인가 발짓 손짓을 뒤따라 온 배가 되는 행렬이 펼쳐지는 그곳은 무심하게 찬연하다 무심하게 노랗게 찬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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