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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누가 시를 읽는가

사람은 일생에 걸쳐 위안을 찾지만 예를 들자면 부를 추구하는 일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돈은 무엇보다 일종의 상징인데다 모두가 잘 이해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그보다 시가 훨씬 평범해 보이는 일들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제법 잦다 내게 시는 상징을 만들고 찾아가는 길의 첫 정류장이다

신들의 광기
나는 사랑에 빠진 뇌를 연구한다 연관된 심리적 증상들을 찾아보려고 세계의 시를 읽었는데 그게 더 흥미로웠다 다른 인간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중독이 시작되고 그 중독은 자주 시로 묘사된다 오 널 위해 기꺼이 내 모든걸 걸리라 휘트먼의 표현이다 사실 나는 낭만적 사랑이 우리의 DNA를 영원히 전파하기 위해 진화해 재생산에 관여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은 기본적으로 동사다 철학자 존 듀이는 그렇게 썼다 시인은 많은 일을 하는 두뇌의 활동을 언어로 포착하여 감정의 일부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헬렌 피셔 생물인류학자


아무것도 모르기
좋아하는 걸 좋아하도록 내버려 둘 때마다 늘 예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시구에 의거해 살려고 노력한다 본능이 사회적 지위를 이기고 겸손이 확신을 이기기를 원한다 위대한건 이성이 아니다
내가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 그리고 그걸 아는 것이 시작이며 끝은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반짝거리고 쿡쿡 찌르며 새롭게 느껴질지도 모를 생각들을 전해준다

지아 톨렌티노 뉴요커 기자

생명의 불
이성은 그저 상상력이 먼저 똟어놓은 길을 따라갈 뿐
언어가 없으면 이성도 없다 상상력이 없으면 새로운 언어도 없다 새로운 언어가 없으면 도덕적 진보나 지적진보도 없다 우리의 먼 후손이 쓸 언어는 우리보다 휠씬 풍부할 터이니

나는 그 느린 강물과 저 깜박거리는 잔불에서 예상치 못하게 위안을 받았다 어쨌든 지금 나는 생의 더 많은 시간을 시와 보냈더라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한다 저 마다의 기억이 충분히 시로 저장될 때 짐승의 상태로부터 더 멀리 있고 더 온전하게 인간적이다

리처드 로티 철학자

 
파라 룸비아르
야구와 마찬가지로 시도 일종의 반문화다 내가 종종 선택하는 외부 세계로부터의 선택적 고립 그처럼 많은 시로 쓰이거나 불린 대상이자 원인인 그 무용함 나는 그런 마음의 상태가 하나의 축복이라 생각한다 가끔은 결국은 수개월간 텔레비전을 켜거나 신문에 손을 대지 않고 기업의 호언장담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을때 시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언이 된다 내가 시에 의지하는 건 시가 환경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나는 한 세계가 다른 세계의 사랑을 받게 하는 문제에 딱히 관심이 없다 지금 내게 두 세계는 분리돼 있을 필요가 있고 지금 나는 치환을 대조를 좇는다 말하자면 만년의 애쉬베리가 그린 초목의 무성한 황야가 치열한 경쟁을 돌볼 수 있는 셈이다

페르난도 페레즈 야구선수

장롱을 안고 지옥으로
나는 대부분 시를 읽을 수 있지만 멍청한 내 현대인적 마음이 너무 빨리 그 시구들이 없는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때문에 시는 금방 흩어져버린다
늘 세상이 통합되고 상호연결되기를 속으로 울부짖지만 내게 주어진 세상을 그것도 내 방식대로 찾아서 평가해야만 하는 사람으로 자랐고 지금은 방어선을 뚫고 내 영혼의 파티를 시작하는 데에 다른사람들보다 더 많은 힘이 든다
내 마음은 스펀지가 아니라 스스로 먹어치우며 살다가 혈당이 낮아질때만 가장 뛰어나면서도 가장 취약한 조각들만 찔끔 받아들이는 크고 축축하고 대체로 화가 나 있는 데스 스타같은 기생 덩어리이다
내 마음은 수십억의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스로의 테두리를 꿰뚫어 날려버릴 탄환을 갈망한다

윌 올덤


시는 멍청한 거미
시카고 14층 호텔방 왜 저기에? 이 멍청한 거미같으니 대체 거기서 무엇이 잡힌다고? 도심40미터 상공을 날아다니는 벌레가 얼마나 많기에? 게다가 왜 거미줄을 유리창에 딱 붙이다시피 해서 사냥 가능성을 절반으로 줄였지?
그러다 공리주의적 생각이 떠올랐다 적어도 벌레가 낭비되지는 않잖아 내가 그때까지도 몰랐던건 거미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새것이라 생각한 그 거미줄이 사실은 오래된 데다 거미줄 가장자리에 단단히 포박된 우리 몸과 아주 비슷해보이는 작은 회색 시체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거기서 우리는 유용한 바람이 불 때마다 같이 몸을 떨 것이다 마침내 시가 우리를 놓아줄 그 순간까지

린다 배리 작가

영광스럽게 미완성인
칼 바르트가 말했듯이 신은 정확하게 스스로의 뜻을 밝히고 알리고 드러내는 순간에 스스로를 감춘다 드러내는 행위로 행해지는 감춤 이 말이 시에 대한 좋은 정의처럼 들린다 너무 쉽게 이해되는 시를 누가 읽고 싶어 하겠는가 그런 시는 쉽게 파악되는 신들과 같고 뜻을 나눌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리키지는 못할 것이다 내게는 시라는 형식의 모든 아름다움이 완전히 알려지기를 거부한다는 점과 관련되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신을 완전히 알고 싶어 못 견디지만 우리는 그런 지식을 얻을 수 없고 신도 그런 지식을 우리에게 주지 않는다 무언가를 완전히 안다는 건 통제하는 것이고 명령하는 것이고 우리의 목적에 복속시키는 것이다 인류가 신성에 숙달될 때 풀려날 공포들을 생각해보라 우리의 말은 그 정점에서 궁극적인 진리와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묘사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성글어지고 영광스럽게 미완성으로 남는다 궁극적인 진리는 우리의 부족한 재능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매트 피츠제럴드 목사

모든 것은 살기 위해 움직인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블로거다 우리 블로거들은 시인들보다 덜 고뇌하고 더 번다 우리는 더 공허하고 덜 끈질기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빠른 보상과 환호를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이나 재빨리 무한히 팽창하는 구글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사라진다 시인들이 만들어내는 걸 찾는 건 더 어렵지만 새로 나온 것이 앞서 나온 것을 가리는 변덕스러운 매체들의 흐름을 꿋꿋이 버텨낸다 시는 인간이라는 운영체계의 커맨드 라인 프롬프트이고 행동을 불러내고 반응을 이끌어내는 특성들의 흐름이다 알파60을 해킹하고 자신이 선택한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보르헤스를 낭송한 레미 코숑은 그걸 알고 있었다

제니 자딘 웹개발자

 
이 분노를 어찌하랴
인간의 조건에 전쟁은 기본이다 인간의 역사 전체를 통틀어 어딘가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 기간이 고작 29년에 불과하다고 윌 듀런트가 계산하지 않았던가 전쟁은 예외적인 탈선이라기보다는 우리 인간 본성의 어떤 측면을 드러내는 지속적인 장치다 모종의 강압과 강제가 그런 측면들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며 우리를 하나로 결속시킨다 우리의 교양 있는 관습과 문명이라는 사소한 거짓말들이 스스로를 정제하고 이상적인 시각으로 보도록 우리를 달랜다 전쟁을 취재하기 시작한 그때부터 피난처가 되어줄 책들을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보스니아에서 오랫동안 전쟁을 겪을 때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들고 다녔다 위대한 시와 소설 수필을 읽는 일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 우리 내면의 아주 깊숙한 곳 뚜렷하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깊숙한 곳으로 뛰어들 수 있도록 해준다 독서가 우리도 들어가는 법을 몰랐던 우리 내면 깊숙한 거처의 문을 마법의 열쇠로 열어주는 선동자가 되어주는 한 독서는 우리 삶에 유익하다 프루스트는 이렇게 썼다 반면에 독서가 우리 마음의 인간적인 삶을 일깨우는 대신 그 자리를 대체하려 할 때는 위험해진다

크리스 헤지스 저널리스트

작가의 농축된 시간의 산물 시 소설 에세이는 내게로 와 나의 느낌의 각색된 의미로 새로이 드러나고 그 느낌은 매번 조금씩 다르다 멍 때리듯 허공을 응시하는 내 모습은 나의 배열로 정렬하는 내면의 과정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그 시간은 그 과정은 은은하니 좋다

 

 

읽은 시간이 예전에 비해 많지 않은데 5권이나 빌려왔다 일단은 ~^^ ㅎㅎ 8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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