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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눈물.희망1g

가을이

겨울이 봄이(뽀미)가 오고
그 전 가을이가 왔다


가을이
잘 먹다가 토하며 쓰러진 아이
추운 유기견 거리생활로 감염돼 장기가 망가져버린
집으로 데려가 조용히 보내주라는 말에 울면서
병원에서 안고 데리고 와 밤새 곁을 지키며 눈물을 흘리며 간호를 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문득 잠에서 깨어 고개를 들어 가을이를 쳐다보는데
아픔없이 또렷히 응시하는 가을이를 보며 순간 숨을 멈추며 놀라 쳐다보았다
무언의 응시
짧은 순간 시간이 멈춘듯 한
아무런 표현없이 서로를 쳐다보는 그 순간
내가 잠에서 깨기를 기다린듯
숨을 거두기 전 곁을 지켜준 사람에 대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기다린듯
바로 앞 고개를 숙이고 잠들어 있는 사람이 깨기를
자신의 시간을 유보한 듯
누워서 나를 지켜보는 가을이의 눈빛
빛을 잃어가는 힘없지만 또렷한 가을이의 눈
말없이 서로의 눈만 쳐다보는 멈춘 짧은 순간 후

가을이는 눈을 스르르 감았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갔다
얼굴을 타고 눈물이 쉴새없이 흐르고 흐느켜 울었다



어제는 가을이가 간 날이다
묵묵이들은 가야할 순간이 오면 삶의 미련없이 초연히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잊고 살았는데 오늘 생각이 난다
힘없지만 내가 잠에서 깨기를 조용히 기다려며
이별을 밀쳐 유보해놓은 그 눈빛을 보며
떨며 순간을 조용히 숨 멈추며 보았던 그 날 그순간..
시골집에 자리한 가을이를
겨울이와 봄이와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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