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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권-또 다른 세계

컬러의 말1

우리는 색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빛은 색이니 그림자는 색의 결핍이다

색은 인식을 위한 기본요소다 사물의 표면에서 빛이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오므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물에서 보는 색은 정확히 말하자면 사물의 색이 반사하는 스펙프럼의 영역이다 우리 눈은 긴 파장에 맞춰져 있으므로 차가운 색보다 따뜻한 색을 더 잘 볼 수 있다

갯가재는 16가지 추상세포(사람은 3가지)를 지녀 상상조차 어려운 색의 세계를 본다

단순한 연산
순백 그리고 흰색과 검정색 사이의
모든 회색은 다른 색이 섞인 결과일 수 있으며
태양 광선의 순백은 모든 원색이 균형에 맞게 섞여 만들어진 결과


중세시대에는 순백의 빛은 신의 선물로 간주되어 여러색을 섞어 흰색의 빛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발상은 완전 금기였다 혼색은 다른 빛의 파장이 합쳐져 다른색을 내니 파장이 제외돼 빛의 일부만을 눈으로 반사한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더 다양하고 밝은 색을 찾으려는 시도가 예술사의 기본을 이룬다

튜브에 담긴 물감이 없었더라면...
이후 저술가가 인상파라 부를 수 있는 사조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옛 물감 차트

그림의 역사와 색의 역사는 별도의 사안이며 둘이 어우러지면 역사는 더 방대해진다

 
색은 물리적 영역만큼이나 문화적 영역에 존재하므로 모든 색을 목록에 담으려는 시도는 끝이 없다
중세때 파란색을 가장 뜨거운 색이라고 여겼다 이름과 실제색 차이는 세월이 흐르며 지각판처럼 서서히 움직인다 분홍색이라고 여기는 마젠타는 자주빨간색에 가까웠다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아보카도 그린은 통하는 색이다 100년 뒤 아보카도 그린에 대해서 읽는 이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색 오차범위도 커졌다 색은 주관적 문화의 창조물로 범세계적 정의를 확보하기란 이제 불가능하다

색상 애호 혐오
야만국 못 배운 인간과 아이는 생생한 색을 매우 좋아한다

사다리에 널린 양말처럼 특정색 혐오는 흔하다 가장 거리낌없이 표현한 장본인은 미국작가 허먼 멜빌이다 미묘한 속임수로 실체가 없으면서도 존재해 신성한 자연을 매춘부처럼 칠해버린다라고 표현했다 개념화 정리된 방법에 따라 가치 중요성을 다르게 받아들였다 1704년 뉴턴이 소개한 스펙트럼이 가장 인습타파적이었으니 큰 영향을 미쳤다 색이 사회적 문화적 언어의 기표로 러셋같은 흙색은 천한 소작농의 색으로 스칼렛처럼 강렬하고 밝은 색은 선택받은 소수에게 돌아갔다

언어가 색을 규정할까
보는 이가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색이 가장 의미있다

몇몇 언어는 색공간을 완전히 다르게 분할한다
황록색과 녹색을, 연하고 짙은 파란색을
문학에서 읽을 수 있는 말과 색 문화의 관계는 두서가 없다 기본색 범주는 보편적이며 생물학적 영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믿는다 그나마 색의 언어가 까다롭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하양 계열>>
색의 깊은 관념속에는 파악하기 어려운 뭔가가 피의 붉은색보다 더 많은 공포를 안겨준다 빛과 얽힌 탓에 신성한 대상에 대한 이미지로 경외와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흰색은 타자성을 품는다 배타적이고 전체적이고 신경질적이며 빚어내기부터 어렵다 흰색은 오랫동안 자본과 권력에 밀접하게 연계되었다 아주 부유해 하인을 많이 거느린 사람만 깨끗한 레이스 마소매등을 입을 수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흰 겨울외투는 대중교통을 탈 필요없는 사람이다라는 미묘한 시각메시지를 드러낸다

흰색보다 더 흰색이 있다 거의 모든 사물을 튕겨내는 흰색이다 공격적인 흰색 말이다

색층분석 데이비드 바츨러


우월주의자에 의해 밀려난 하늘의 파란색을 뚫고 흰색이 등장한다 영원의 진짜개념 하늘의 배경색으로부터 해방되었음을 의미하는 흰색말이다 흰 자유의 틈 영원이 기다리고 있다

흰색위의 흰색 카지미르 말레비치


1-리드화이트
걸쭉하다 못해 투명한 중금속으로 결정분자구조를 지닌 산화납이다 20세기까지 법랑 화장실집기는 물론 물감이나 벽지에도 쓰였다 리드화이트는100분의 1수준으로 싸서 화가들이 즐겨 썼으며 여인들의 화장품에도 오랫동안 썼다 납중독의 치명적인 결합이 있었다
당시 여성들은 외모를 가다듬으려다가 천천히 죽어갔으니 끔찍한 아이러니다 생명에 친숙한 안료는 아니었다

2-아이보리
코끼리의 상아는 체스맨 빗 솔의 손잡이 고급장식으로 오랫동안 귀한 재료였다 1800년대만 해도 2600만 마리의 코끼리가 서양에서 상아의 거래가 금지된 10년뒤에 코끼리는 고작 60만마리만이 남았을 뿐이다 2015년에도 90킬로그램짜리 상아 한 짝이 홍콩에서 350만 달러에 팔렸다

3-실버
볼리비아의 세로 리코 드 포토시산만큼 많은 전설을 품은 산은 없다 언저리부터 정상까지 온통 은광이다 실버는 한번 입어보면 무중력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되는 색이지만 미래만큼이나 낡은 미신에 대한 상징이다 은색사과의 은색가지는 요정세계의 여권으로, 독을 감지하는 믿음으로 늑대인간부터 흡열귀까지 악의 존재를 섬멸하는 수단으로 공포영화의 기호제계에 확고하다 은의 불완전함은 우리가 죽듯 은도 광채를 조금 잃는 것이 삶의 주기를 따르는 것 같다

4-베이지
베이지색이 짊어진 평판 문제의 핵심
색깔에 대한 챕터는 부동산시장에서 만연한 색깔의 독재를 비판하며 시작된다
나서지 않고 안전하지만 너무 칙칙하다 집을 파는 비결을 다루는 요즘은 아예 베이지를 쓰지말라고 못박는다 양에서 따온 색깔이 양처럼 소심한 이들에게 선택받는 색깔이 되었다는 사실은 신기하게도 적절해 보인다

<<노랑 계열>>
인간에게 노란색은 대체로 질환의 전도다 저널리즘에 달라붙으면 무모한 선정주의를 의미한다 나치가 유태인에게 착용을 강요한 노란별은 오명의 가장 악명높은 상징이다 하지만 노란색은 정반대로 가치와 아름다움은 상징이기도 하다 인도에서 노란색은 현세보다 영혼의 세계에 위력을 더 미친다
색깔의 상징적인 가치는 언어에도 남아있다 황금시대가 좋은 예며 사업에서는 황금의 악수나 작별이라는 어휘가 존재한다

노란색은 모두를 한데 아우르고 영혼을 북돋우며 시야를 넓혀주는 풍성하게 빛나는 색

B.N. 고스와미 미술사학자


1-블론드
사회에서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 금발로 태어나는 이는 세계인구 전체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성경의 원죄자인 이브는 금발을 풀어 헤친 모습으로 그려진다 존밀턴의 실낙원에서 이브의 금발 머리채는 하수인(뱀)의 똬리와 같은 형상인 난잡한 곱슬머리로 변했다는 상징에 강하게 의존했다

2-리드 틴 옐로
15~18세기의 주요 노란색이었다 딱히 이유도 없이 덜 쓰이기 시작해 19~20세기에는 전혀 쓰이지 않았다 1941년까지 존재 자체를 아무도 몰랐다 어떤 노란색의 행방이다 왜 어떤 연유로 제조법이 유실된 걸까 분명치 않지만 옛 대가들의 노란색이라는 것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3-나폴리 옐로
따뜻한 빨간색이 바탕에 살짝 깔린 나폴리 옐로는 안티몬산연을 합성해 만드는 물감 이름이었다 크롬 옐로보다 더 사랑받았으며 더 안정적이지만 안정적인 안료는 아니다 습기로 검게 변색하고 철제가 닿지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후기 인상주의 화가 세잔은 동료화가의 팔레트에 나폴리 옐로가 없는 걸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고작 이런색으로 그린다고 나폴리 옐로는 어디에 두고?

4-크롬 엘로
오늘날 아방가르드 예술가는 놀랍도록 채도가 높은 빨간색 파란색을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노란색의 사정은 달랐다 노란색없이는 균형잡힌 구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믿었다 예전부터 쓰였던 색이 아니다보니 반고흐도 크롬옐로에 굉장히 의존했다 기본 크롬산납은 추출방식에 따라 레몬옐로부터 황적색 또는 아름다운 진한 적색까지 띨수있다 크롬 옐로는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단점이 있다 햇볕에 노출된 크롬옐로가 심각할 정도로 진하게 변색되었음을 밝혔다 그래서 반고흐의 해바라기는 실제 꽃이 그렇듯 시드는 것처럼 보인다

5-갬부지
가르시니아 나무의 굳은 수액이고 캄보디아 옛이름인 캄바자가 원산지다 수액채취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굳는데 1년이 넘게 걸린다 색깔부족에 시달렸던 서양 화가들은 햇살처럼 빛나는 노란색을 게걸스레 썼다 1836년 의학박사 로버트 크리스티슨은 갬부지안료가 아주 훌륭하게 잘 듣는 설사약이라 묘사했다 갬부지를 쪼개는 안료회사 직원은 적어도 1시간에 한번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다

6-오피먼트
오피먼트는 광물에 자연적으로 생기는 안료이며 비소의 비율이 60퍼센트 안팎인 카나리아 노란색의 황화비소였다 이집트미술에 쓰였던 노랑색중 하나다
파피루스 두루마리에 쓰였고 투탕카멘 묭디 바닥에서 쌈지에 담긴 채 발견되었다 사실 오피먼트는 치명적이다 병을 얻을수 있으니 입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래도 오피먼트에게는 장점이 한가지 있다 어떤 색보다 금색을 내는 멋진 노란색이다 그럼 충분하지 않을까

7-임페리얼 옐로
중국에서는 평범한 노란색마저 천년넘도록 특별대접을 받아왔다 천지현황이라는 천자문의 젓구절처럼 땅 중심 토성 늦여름 긴 여름의 색이다 당나라 초기인 서기 618년에 평민과 관료의 적황색 의복착용을 금지한다고 첫번째 법을 선포했다 핵심재료는 금색비트같은 뿌리의 지황 또는 중국 디기탈리스다 정확한 색상을 얻기위해 8월에 구근을 수확해 곤죽이 될때까지 빻는다 4.6평방미터의 비단을 염색하는데 곤죽1.2리터가 들었다 황가의 몰락과 더불어 천년동안 상징성을 지닌 신비한 색상의 시대도 저물었다

8-골드
철 구리 은처럼 금은 움직이는 전자덕분에 빛을 강하게 반사해 특유의 광채를 낸다 녹도 잘 슬지않는 속성덕에 신성의 상징으로 쉽게 쓰여왔다 화가들은 현실적인 효과보다는 가치때문에 골드를 썼다 더 자연스러운 배경과 투시도법을 통해 현실적인 그림을 그리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풍성한 골드사용을 좋아했다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과 헌신은 시기 탐욕등의 더 비열한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도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향한 혐오가 드러난다 어머니 지구의 내장을 파내려가 금과 은의 핏줄을 캐낸다 내장을 파내서는 손가락을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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